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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교토] 교토 버스 부러워요일상다반사/여행.기록.생각. 2015. 4. 20. 12:17
10년전 서울과 비교하면, 지금의 서울 버스 시스템은 정말 눈부시게 발전하다못해 까딱하다가는 서울사람 조차도 헤맬정도로 복잡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장으로 있을 당시, 처음으로 서울 시내에 중앙 버스 차선이 생겼고, 시내버스의 번호 체계가 개편되었고, 다양한 버스 노선이 증설되었다.
서울 근교지역(일산, 분당, 구리, 과천등)으로 바로 향하는 붉은 직행버스나 시내 구석구석까지 다니는 마을 버스를 이용하면 시간은 좀 걸려도 버스타고 가지 못하는 곳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요금이 물가상승한 것보다 좀 더오르긴 했지만 환승이 인정되기 때문에 유럽의 대도시나 일본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면서 전반적으로 괜찮아졌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기도 하다. 탑승객의 입장에서 급정거나 급출발은 기본이요, 승객이 모두 내리기 전에 자동 인식장치에 의존해 먼저 레버를 내리는건, 안그래도 출퇴근 시간에 만원인 버스를 이용할 땐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버스가 정차하기전에 하차문 앞까지 나와 있어야 함은 기본이요, 하차문앞에서 내리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삐~' 신호음이 울리고 있으면 괜시리 마음이 다급해지고, 심지어 발을 헛디디거나 급하게 내리다가 문지방에 머리를 찧기도 한다. 거기에 버스카드까지 애를 먹이면 탑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당해내야만 한다. 뿐만이 아니라, 차를 가지고 시내 운전을 하다보면 '버스가 깡패인가?' 란 느낌을 받을 정도로 무단 끼어들기, 급차선 변경을 일삼는 일부 버스들로 부터 위협받기도 십상이다.
이번 간사이 여행에서 교토의 버스시스템을 이용해 보니, (의도하진 않았지만) 서울 버스에 대한 아쉬운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일주일의 교토버스 이용이라 좋은 면만 보고 왔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더라.^^;
제시간에 여유롭게 도착하는 버스
서울 버스시스템이 도착시간을 실시간으로 정보시스템을 통해 안내해 준다면, 교토의 버스는 매 역마다 도착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정류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추측해 보건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일단 같은 경로를 운행하는 버스노선이 많아 승객이 특정 노선에 몰리지 않고, 시내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기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울에선 교통 상황이 시간마다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니 제시간에 약속장소에 도착하려면 (좀 걷더라도) 지하철을 이용하는것이 일반적인데, 상대적으로 고령의 인구가 많은 교토에선 계단을 오르내리기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지하철 보다 버스가 더 편한 교통수단일 것이다.
버스 기사 입장에서도 도착시간이 정해져 있고, 교통체증이 거의 없으니 급출발, 급정거를 할 이유가 없어서 많은 승객이 하차할때도 편히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를 갖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승객은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할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고, 버스가 정차하고도 여유롭게 기다려주는 여유로은 기사 덕에 하차문으로 이동하면 되니 정차하고 있는 버스 안에서 관성과 싸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뒤에서 타서 앞으로 내리기
제일 신기했던 점이었다. 섬나라 일본은 운전석의 위치도, 차가 달리는 차도의 방향도 육지에 자리잡은 나라들과 반대이지만, 출입구의 위치도 반대일 줄은. 심지어 차비 계산도 탑승이 아닌 하차때 한다.승차할 때 잔돈을 거슬러 받거나 운임이 얼마인지 운전기사에게 물으며 출발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으니, 사람이 모두 차에 오르면 바로 출발하면 된다. 게다가 다음정류장까지 좀 더 긴 시간을 갖을 수 있다. 심적으로도 좀 더 여유를 갖고 운전할 수 있으니 급한 마음에 급출발을 하거나 시간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과속 운전을 할 필요도, 빨리진 버스를 정류장에 세우기 위해 급정거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승객도 버스가 움직이는 중간에 출구로 나와 버스가 멈춰서길 기다릴 필요도 없겠다.
하지만, 이 모든 편의사항은 우리나라의 운임의 두배가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이용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 할 순 없다.
심지어 조금만 시내 중심에서 멀리 가게되면 추가 운임이 더 발생한다.
우리나라도 운임을 더 지불하면 이런 배려심 깊은 버스를 타게 될 수 있을까?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서울 대중교통중에서 운임을 더 주더라도 안전운전을 해줬으면 하는게 버스 뿐은 아닐테다.